프린트 / 김종란 프린트 김종란 길 조용하다 흑백의 나무들과 잡목 숲 사이로 길은 완만하게 구부러져 있다 흰 길이다 나무들은 두텁고 부드러운 질감이다 고개를 갸웃하며 낯익은 그 길을 들여다본다 온밤 지나 새벽녘 지나 아침으로 찍혀 나오는 회색 안개 묻힌 얼굴들 어깨를 부딪힐 때도 모호하게 일별하며 잘라지는 따뜻한 흰 모래일까 바짝 다가선 길 인쇄되면서 길은 희게 반짝인다 © 김종란 2009.11.17 김종란의 詩모음 2022.12.09
바람의 기타(Guitar) / 김종란 바람의 기타(Guitar) 김종란 케이블카 위에 구름이 흐른다 케이블카 지붕 위에 기타를 안고 있다 바람은 기타를 울려 본다 내 서툰 연주 덮으려 연주를 한다 바람이 밀어다 올려 놓은 케이불카 지붕위에 위태위태 흔들리며 선다 기타를 껴 앉는다 오후 4시와 5시 사이 허드슨 강이 무겁게 흐르고 엿가락 같이 끈적하고 기인 길도 터벅터벅 들어 온다 비 개인 숲속에서 자라나 뛰어든 폭포 이미 끝자락 푸르고 희게 웃으며 떨어진다 붐 비는 도시 어두운 길에 화투짝처럼 떨어져 있다가 바람에 휘몰려 지붕위에 날아 오른다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맨해튼 어느 지붕 위에서 서툴게 기타를 친다 젖은 신발 벗지 못한 채 지니고 온 때 묻은 배낭에 기대어 보다 못한 바람이 나의 기타를 울린다 여러 길을 걸어와 잠시 머물다 일어서야.. 김종란의 詩모음 2012.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