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발 2

하늘에 맨 그네 / 김정기

하늘에 맨 그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에서- 김정기 모든 시간을 냉동했다가 다시 펼칩니다 캄캄한 절벽도 지나 햇볕 드는 아침도 달뜨는 밤도 함께 맞아요. 휘영청 하늘에 몸을 기대어 궁전에 디딘 아픈 발 단아한 당신의 붓으로 뜨거운 조선의 피 찍어내고. 수런거리며 하루하루가 문 앞에 당도 할 때마다 아직도 꿈꾸는 당신의 눈물로, 하늘위에 칠하는 넘치는 빛깔로 허공에도 색깔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허기진 바람도 잠든 역사의 땅에 책을 들고 당신은 아름다운 그림자로 누웠습니다. 캄캄한 절벽도 지나 대륙의 동터오는 새벽을 300년 틈새를 헤치고 우리 함께 맞아요. 진물 나고 덧나서 쓰라린 이야기도 말끔히 씻고 창공이 무서워 썩은 어둠 지나서 휘휘 그네를 타요 발톱에 찍히는 바람의 무늬 오그라들어 점 하나로 남는 ..

|컬럼| 353. Name Your Poison!

약(藥)이라는 한자어를 살펴본다. ‘풀 초’ 밑에 ‘즐길 락’이 합쳐진 모습! 풀을 즐긴다고? 영어 슬랭으로 ‘weed, 잡초’라 하고 우리가 대마초라 부르는 마리화나가 떠오른다. 미국에서 오래 살아온 탓이다. 약에는 의약(醫藥)이라는 뜻 말고 독(毒)이라는 뜻도 한자사전에 나온다. 대마초를 피우면 당장은 릴랙스 할지 모르지만 정신건강에는 독이 된다. 당신 아들이 시험준비를 해야 할 시간에 대마초를 피우면서 편안한 기분에 빠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1960년대에 전 세계를 흔들었던 팝송 ‘Love Potion No. 9’을 기억하는가. ‘사랑의 묘약’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노래. 이때 ‘potion’은 ‘물약’을 뜻한다. 제목을 ‘사랑의 드링크제’라 하면 어떨까. ‘potion’과 ‘poison(독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