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감각 3

|詩| 기차를 위한 감별진단

기차는 폐활량이 열라 크면서 여간 하지 않고서야 몸뚱어리가 뜨거워지는 법이 없대요 철로가 밑에서 받혀주는 균형감각도 대단하잖아 기차는 땡볕과 빗물에 시달리면서도 절대 넋두리를 하지 않는 독종이라지 기차의 특이체질은 유전에서 왔다 합니다 기차는 부끄러움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는대요 사태의 앞뒤를 가리지 않고 시시때때 언성만 높여요 기차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세차게 달리는 기차를 밖에서 볼 때와 멋진 신사복 차림새로 기차 안에서 휙휙 지나치는 창밖을 내다볼 때를 잘 분별해서 묘사해야 된다는 말이겠지 당신과 함께 기차를 타고 어디론지 떠나고 싶어요 © 서 량 2012.05.31-- 월간시집 2012년 12월호에 게재

발표된 詩 2021.03.04

|詩| 푸른 절벽

고개 흔들며 안 가겠다 했네 바람 부는 푸른 절벽에 내심 너무나 가고 싶었는데 여린 사랑이 튼튼한 사랑으로 조금씩 조금씩 숙성하는 이치로 머리 속에 푸른 파도 심하게 출렁이고 나는 깊은 산 돌덩이가 되었네 가파른 산길 발길 가는대로 가자면 온전치 못하리라는 속셈으로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안 가겠다 했네 미친 바람이 심하게 부는 푸른 절벽에서 나 타고난 균형감각을 믿어도 좋을까 하다가 다음 기회에 푸른 절벽에 다시 가면 전혀 겁나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났네 © 서 량 2005.02.13-- 세 번째 시집 (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시집 소개: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

발표된 詩 2007.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