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7

|컬럼| 490. 도깨비나라

도깨비 나라 버지니아주 소도시 ‘Falls Church’ 가는 길에 폭우가 왕창 쏟아진다. 차들이 꽉 막히고 윈드쉴드 와이퍼가 끽끽 요동치고 짙은 안개가 장대비에 합세한다. 날씨가 도깨비 같다. 2025년 재미 서울의대 컨벤션 길. 내가 맡은 강의에 ‘귀신(鬼神)’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귀신 鬼는 그렇다 치더라도, ‘귀신 神’은 좀 난처하다. ‘하느님’을 귀신이라 부르는 것은 불경스럽다. 신을 도깨비라 할 수도 없는 노릇. 민속설화에 「혹부리영감」, 「도깨비방망이」가 있지. 전자는 ‘혹 떼려 갔다가 혹 붙이고 왔다’는 관용어가 나올 지경으로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진 스토리. 도깨비들이 사는 집에 무단 투숙한 혹부리영감은 자기의 구성진 노래가 목에 달린 혹에서 나온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 그들..

|컬럼| 60. 신(神)과 귀신

신(神)과 귀신 요새처럼 찜통 더위에 귀신에 대한 얘기를 해서 당신의 등골을 서늘하게 해 주리라. 소름이 오싹오싹 끼치게는 못한다 치더라도. 혼, 영혼, 정령, 혹은 귀신이라는 뜻으로 'ghost'가 있지. 카톨릭교의 성부, 성자, 성신에서 성신을 'Holy Ghost'라 한다. 비슷한 발음의 고대 범어로 'ghoist'는 흥분하거나, 놀라거나, 무서워한다는 의미였고 우리말의 '귀신'에도 거의 같은 뜻이 함축돼 있다. 사람의 감정 중에 가장 신비스러운 감정은 역시 공포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신(神: God)'은 옥편에 '귀신 신'으로 나와있다. 물론 신도 귀신도 둘 다 한자다. 그래도 우리에게 신보다는 귀신이 더 흔하게 쓰이고 친근감이 있는 말이다.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오 마이 갓!'을..

|컬럼| 440. 귀신과 영혼 다스리기

나도 당신도 꿈을 꿀 때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고 보이지 않는 물체를 보면서 환청과 환시 증세를 일으킨다. 헛것을 듣고 본다. 여덟 살 때 살던 집 뒷마당에 큰 은행나무가 있었다. 어느 땅거미 지는 저녁 녘 그 밑을 지나가며 무심코 하늘을 쳐다봤더니 지붕보다 키가 큰 나무 꼭대기에서 커다란 괴물이 이빨을 들어내고 나를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나는 기겁을 하고 앞마당 쪽으로 줄행랑을 쳤다. 지금 곱씹어보며 내가 본 것이 ‘환각’이 아닌 ‘착각’이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외부 자극 없이 일어나는 감각을 환각이라 하고, 외부 자극을 틀리게 해석하는 것을 착각이라 부른다. 그것은 환시(幻視)가 아니라 착시(錯視)였다. 병동 환자 윌슨의 증상이 환시인지 착시인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아무리 두 증세를 분별해서 ..

|컬럼| 416. 낯선 사람에게 말하기

커다란 양초들이 즐비하게 진열된 어느 백화점 향초 섹션을 머뭇거린다. “초콜릿보다 바닐라 냄새가 더 좋아요,” 하며 한 백인 중년 부인이 등뒤로 바쁘게 말하면서 지나간다. 나는 두 향초를 킁킁대며 검토한다. 초콜릿 냄새는 공허감을 자극하는 반면에 바닐라 향기는 왠지 마음을 가라앉히는 느낌이다. 그 여자는 왜 내게 그런 말을 했을까. 초콜릿향과 바닐라향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를 도와주려는 의향이었나. 그녀가 낯선 사람에게 훌쩍 말을 던지고 지나간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1963~)의 2019년 저서 를 읽었다. 이듬해 한국에서 번역판이 나왔는데 제목을 이라 해 놓았다는 것을 검색해서 알았다. 저자는 2015년 7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일어난 30세의 히스패닉계 경찰과 28살..

|컬럼| 356. 귀신 이야기

스칼렛 요한슨과 최민식이 열연하는 2014년 영화 ‘루시’를 기억하시는가. 오랜 진화과정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아직 두뇌의 10%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추정에서 갈등이 펼쳐지는 사이파이 영화를. 그녀는 두뇌기능을 향상시키는 약 봉지를 강제로 몸에 수술로 삽입 당한 채 약을 운송 한다. 그리고 사고가 터져서 몸속 비닐 봉지가 파열하여 두뇌활동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악당 최민식에 강렬하게 대항하는 그녀는 두뇌의 사용영역이 점점 확장되면서 초능력이 나타난다. 두뇌의 40%가 기능을 발휘할 때 그의 생각을 읽고, 60%를 넘자 악당들의 공격을 생각만으로 제어하고, 나중에는 과거와 현재를 앉은 자리에서 두루두루 살펴보는 신비한 힘이 생긴다. 시공을 초월하는 능력! 불교의 6신통(神通)이 연상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