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4

행렬 / 김정기

행렬 김정기 우리 동네 잔디들은 짧고 푸르다 깃발도 없이 행진하는 그들은 말이 없다 혹인 촌 아파트 창밖에 널린 빨래 그 남루함에 몸을 떨던 동양여자는 이제 사위어가서 한 포기 잔디로 서 있다. 브람스 심포니 1번 1악장이 전하는 禮砲는 명중하여 꿈속으로 들어오고 말없던 행렬은 몸부림치며 끝없이 광장을 향해 돌진한다. 우우우 바람소리도 길고 우렁찬데 함께 벼락을 맞고도 이어지는 우리는 알고 보니 혈육이다 마른 흙을 뚫고 세상과 얼굴을 대할 때 이미 시들어 있는 가장 길었던 밤은 지나고 잔디 위에 이슬은 아침 볕을 과식한다. © 김정기 2012.06.25

|詩| 하늘로 뜨는 유람선

기차가 힘차게 지나간 후 솜구름 눈부신 빛 언저리 잠든 듯 꿈 꾸는 듯 유람선 한 척 떠 있다 꼼짝달싹하지 않고 있네 가벼운 물결만 촐싹거려요 나는 유람선, 느긋하게 전후좌우로 기우뚱거리고 있어 지금 맨해튼 하늘 빙판에서 몸매 뚜렷한 스케이트 선수 여럿 무자비한 속도로 질주한다 여기는 아테네 광장 여기에 왜 *tunic을 알몸에 걸친 당신과 나 아득한 숲의 기계체조를 관람하나 여기는 타임스 스퀘어 광장 기엄둥실 승천하는 **Ferris wheel 파도가 흰 이빨을 보이며 내 쪽으로 달려든다 *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입던 헐렁한 옷 ** 대회전 관람차 © 서 량 2021.09.15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9746565 http://www.kore..

발표된 詩 202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