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 2

|컬럼| 489. 관음증

관음증 관음증을 한자로 觀陰症이라 쓰는 줄 알았다. 볼 觀, 그늘 陰. -- 그늘을 바라보다. 관음증은 한자로 觀淫症이라 쓴다. 볼 觀, 음란할 淫. -- 다른 사람의 알몸이나 성교하는 것을 몰래 훔쳐보면서 성적인 만족을 얻는 증세라고 네이버사전은 꼰대스럽게 풀이한다. 트위터 단어사전은 觀淫을, 타인의 계정을 사찰하며 그 사람이 쓴 트윗과 멘션(mention) 등을 찾아 보는 것이라 산뜻하게 해석한다. 관광(觀光)이 병이 아니듯이 觀淫도 觀淫症도 병이 아니라는 견해다. 만약에 당신이 관음증을 질병이라고 우긴다면 지구촌 모든 SNS 참가자들을 다 환자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단, 인터넷에 만연하는 성범죄는 어디까지나 죄질이 저열한 범법행위로써, 지금 나의 주제에 크게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

|컬럼| 315. 보여주고 싶은 욕망

프랑스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1901~1981)이 설파한 “응시(gaze) 이론”의 핵심은 이렇다. --- 생후 한두 살짜리 아기가 물끄러미 거울을 응시한다. 그는 호기심에 매료되어 애를 태우다가 거울 속 영상이 저 자신의 모습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기의 정체성을 인지한다. 아기는 나중에 거울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감지하면서 그 사람의 눈에 비춰진 자기 모습을 점검하고 반성하는 좋은 버릇을 키운다. 아기가 기어가는 동안 의자에 부딪치지 않는 것도 당신이 전봇대와 충돌하지 않고 차를 운전하는 것도 다 이 “응시” 덕분이다. 라캉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강력한 힘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상대를 응시할 때 생겨난다고 주장한다. 같은 시대의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1926~1984)는 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