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3

|컬럼| 349. 똥 이야기

병동 입원환자 중에 젊었을 때 빌딩 옥상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져서 심한 두뇌손상을 받은 50대 중반 백인이 있다. 그는 나를 꼭 “닥터 오”라고 잘못 부른다. 내 이름을 아무리 바로잡아줘도 다시 그렇게 부른다. 모든 생명체에게 반복학습이 효과가 있다는 원칙을 굳게 신봉하는 나는 그를 절대로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어김없이 나를 닥터 오라고 틀리게 호칭하는 그 놈이나 그걸 매번 지적하는 나나 서로 고집이 막상막하다. 따지고 보면 둘 다 똥고집이다. 고집(固執)은 사전에 ‘자기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팀. 또는 그렇게 버티는 성미’라고 나와있다. 영어로는 ‘stubbornness’라 하는데 이 단어를 다시 영한사전에서 찾아보니까 똥고집, 외고집, 옹고집 등으로 나와있다. 그러니까 ‘막을 옹’자..

|詩| 가을 보내기

봄도 겨울도 다 괜찮지만 당신은 가을만은 믿지 마세요 골 깊은 땅이 썩을 듯 말듯 젖은 낙엽으로 덮이고 우중중한 산 그림자며 황급히 도망가는 철새며 조석으로 변덕을 일삼는 가을만은 믿지 마세요 둥근 땅과 하늘의 정신이 가물가물해질 수록 당신의 뾰족한 영혼은 더 초롱초롱해 질 거에요 가을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가을은 단지 타고난 소임을 다 할 뿐 보아라 거칠고 조잡한 풀잎을 우적우적 뜯어 먹는 저 허기진 사슴의 무리를 쪽빛 하늘을 잡고 늘어지는 달 덩어리보다 더 고집이 센 천근만근 무거운 구름 떼의 행로를 믿을 수 없으리만치 엄청난 당신의 애착심을 © 서 량 2008.11.12

2008.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