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3

|컬럼| 480. Hungry, Angry, Lonely, Tired

Alcoholics Anonymous(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 모임 슬로건에 심도 깊은 컨셉이 많이 있다. ‘Forgive and forget, 용서하고 잊어라’, ‘Let go and let God, 놓아버리고 신에게 맡겨라’ 하는 금언들이 그렇다. 슬로건은 운율감으로 호소력을 높인다. 금주(禁酒)가 걱정되는 경고, ‘Hungry, Angry, Lonely, Tired’가 있는데 약자로 ‘H.A.L.T’라 한다. 군대용어로 잘 쓰이는 ‘halt’는 ‘hold’와 같은 말뿌리로 ‘멈추다’라는 뜻. 하던 행동을 멈추고 잠시 생각해보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허기지고, 화가 나고, 외롭고, 고달픈 것은 별로 권장할 만한 정황이 아니다. 허기와 고달픔은 육체적 증상 뿐만 아니라 정신상태까지 포함한다. 배가 고..

|컬럼| 410. 사이

영국의 정신분석가 도날드 위니컷(Donald Winnicott: 1896~1971)의 ‘과도기 공간, transitional space’에 대한 논문을 다시 읽는다. 그는 사람 자체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평생 연구한 사람이다. 이른바 ‘대상관계론, Object Relations Theory’를 펼치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한 정신분석가다. ‘사이’는 공간을 뜻한다. 환자를 인터뷰할 때 잘 쓰는 말로 ‘What was it like between you and your mother when you were a child? – 어릴 적에 어머니와 사이가 어땠어요?’ 할 때의 ‘between’. 사이! 석학 이어령이 2022년 2월 26일에 타계하셨다. 2002년 4월 어느 날 그의 뉴욕 맨해튼 강연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