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봄 사이 2

|컬럼| 410. 사이

영국의 정신분석가 도날드 위니컷(Donald Winnicott: 1896~1971)의 ‘과도기 공간, transitional space’에 대한 논문을 다시 읽는다. 그는 사람 자체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평생 연구한 사람이다. 이른바 ‘대상관계론, Object Relations Theory’를 펼치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한 정신분석가다. ‘사이’는 공간을 뜻한다. 환자를 인터뷰할 때 잘 쓰는 말로 ‘What was it like between you and your mother when you were a child? – 어릴 적에 어머니와 사이가 어땠어요?’ 할 때의 ‘between’. 사이! 석학 이어령이 2022년 2월 26일에 타계하셨다. 2002년 4월 어느 날 그의 뉴욕 맨해튼 강연회에서 ..

|詩| 웃통을 벗어 던지고

겨울과 봄 사이에 증세가 악화됐어 웃통을 훌렁 벗은 사내가 야구공을 치는 자세로 치는 징, 징 소리 살갗에 샛노란 버터를 처바른 커다란 달 덩어리가 나뭇가지 사이에 걸려있구나 큰 테러 사건이 터지기 전, 한참 전부터 시간과 시간 사이에 찡겨서 빼도 박도 못하면서 울리는 징, 징 소리가 마냥 울린다 고막이 아파요 꿈의 안과 밖 사이를 과도기 현상이라 부른대 겨우내 가부좌를 틀고 참선을 하며 오늘과 내일 사이를 파고드는 환상, 수상한 환상만 쫓다가 봄기운 본능으로 험악한, 아주 험악한 자세를 취하는 겁니다 열 올라 내 생각이 틀림이 없단 말이야 살갗을 홀랑 태우는 여름 땡볕의 위력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관계로 날이 가면 갈수록 증상이 도지고 있다네 생각과 생각 사이를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시작 노트: 오..

2022.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