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4

|컬럼| 358. 마스크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걸어간다. 젊은 여자, 은퇴한 대학교수, 급하게 라면을 먹고 편의점을 나온 대학생, 정치적 이념이 강한 중년 남자, 또는 겁 없는 무신론자들이 제각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걸어간다. 마스크는 2020년 3월 현재 중국 우한이 발원지로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아내는 방패막이다. 마스크는 투구를 쓴 고대의 병사들이 빗발치듯 날아오는 적군의 화살을 막으려고 방패로 몸을 가리는 자기방어 메커니즘이다. 마스크는 절대절명의 구명책이다. 마스크는 은성한 가장무도회에 참가하는 소박한 가면이다. 마스크는 자신이 포식동물의 먹거리가 아니라는 시그널을 할로윈데이 가면의 무서운 이미지로 전달한다. 마스크는 포식성이 강한 상대방을 혼동에 빠뜨려서 내 안전을 꾀하려는 방어..

|컬럼| 243. 사람 됨됨이에 관하여

성격장애 병동을 맡아 일하면서 시시때때로 환자들에게 성격장애에 대하여 강의를 하다 보니 정신과 의사로서가 아니라 일반인으로서 그리고 심지어는 정신병 환자의 각도에서 사람의 성격에 대하여 자주 생각한다. 'personality'는 성격(性格)이 아니라 인격(人格)이라 번역해야 마땅할 것 같다. 'person'이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누가 인격이 있다, 없다 하면서도 성격이 있다, 없다 하지 않는 우리말 습관을 보면 인격에는 어떤 프리미엄이 붙지만 성격이란 눈이나 코처럼 사람이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person'은 본래 옛날 로마 극장에서 연극배우들이 쓰던 '가면(假面)'을 뜻하던 라틴어'persona'에서 유래한 말이다. 서구인들은 가면을 쓰고 남들을 대하는 인간의 본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