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무엇을 시의 재료로 삼을 것인가.
첫째는 <이런 일이 있었다>를 쓸지어다.
자기 자신의 경험담을 쓰는 거야.
그래서 시인들은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서 사방팔방으로 여행을 하지.
때로는 운동모자를 삿갓처럼 굳게 눌러 쓰고. 지가 무슨 김삿갓이라구.
둘째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하는 논설을 굳이 시로 쓰는 것.
그러려니 차라리 논문을 쓰는 게 쉬어요. 교수님. 킥킥.
공자왈 맹자왈 하는 우리의 습속이다. 남에게 꼭 훈시를 하고 싶은 심정.
지가 상대보다 한참 잘났다는 뜻이야. 응, 그런가?
셋째는 <나는 이렇게 느꼈다>를 호소하는 것.
중고등학교 문예반 시절에 쓴 시는 다 이 부류야.
연애감정이 푹푹 들어간 시 같은 것. 좋아.
연애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어. 응, 아직도 괜찮아. 히히.
넷째로 제일 어려운 소재는 <나는 이렇다> 하는 시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시. 내가 이렇게 생겼다는 거를 보여주는 시.
얼른 보면 자기애(自己愛)처럼 보이지. 안 그래?
근데 그런 시가 가장 솔직한 시라는데야 당신이 뭐랄 거야.
© 서 량 2008.05.04
'잡담, 수다, 담론, 게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담| 우리는 왜 말이 많은가 (0) | 2008.08.30 |
---|---|
|잡담| 아침에 듣는 새소리 (0) | 2008.07.07 |
|잡담|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서 (0) | 2008.04.10 |
|잡담|<마종기와 서량의 만남>뒷풀이, 김은자 왈 (0) | 2008.04.06 |
|잡담|<마종기와 서량의 만남> 뒷풀이, 조성자 왈 (0) | 2008.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