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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시의 소재에 관하여

서 량 2008. 5. 5. 03:27

시인은 무엇을 시의 재료로 삼을 것인가.

 

첫째는 <이런 일이 있었다>를 쓸지어다.
자기 자신의 경험담을 쓰는 거야.
그래서 시인들은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서 사방팔방으로 여행을 하지.
때로는 운동모자를 삿갓처럼 굳게 눌러 쓰고. 지가 무슨 김삿갓이라구.

 

둘째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하는 논설을 굳이 시로 쓰는 것.
그러려니 차라리 논문을 쓰는 게 쉬어요. 교수님. 킥킥.
공자왈 맹자왈 하는 우리의 습속이다. 남에게 꼭 훈시를 하고 싶은 심정.
지가 상대보다 한참 잘났다는 뜻이야. 응, 그런가?

 

셋째는 <나는 이렇게 느꼈다>를 호소하는 것.
중고등학교 문예반 시절에 쓴 시는 다 이 부류야.
연애감정이 푹푹 들어간 시 같은 것. 좋아.
연애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어. 응, 아직도 괜찮아. 히히.

 

넷째로 제일 어려운 소재는 <나는 이렇다> 하는 시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시. 내가 이렇게 생겼다는 거를 보여주는 시.
얼른 보면 자기애(自己愛)처럼 보이지. 안 그래?
근데 그런 시가 가장 솔직한 시라는데야 당신이 뭐랄 거야.

 

© 서 량 2008.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