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맨해튼 봄바람

서 량 2021. 3. 29. 18:30

 

봄바람 부는 날
쪽배에 탄 채 강물에 떠내려 갔지요
물결도 내 몸도 내내 가벼웠어요

둥둥 떠내려 갔지요

 

맨해튼은 가벼운 섬입니다
맨해튼은 생김새가 꼭 고구마 생김새예요
맨해튼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모두

얼굴이 고구마 모양이잖아요

자세히 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바람이 목 언저리를 자꾸 파고드는 날

당신과 내가 수소, 산소, 질소, 탄소가 되어 

하늘에 둥실둥실 떠다닙니다

맨해튼을 사랑하기 때문인가요

봄바람이 연거푸 불어오는 날이면

 

© 서 량 2008.04.14 -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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