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itional object 2

|컬럼| 222. 과도기 현상

옛날 어릴 적 살던 집 담 밖에 우뚝 선 전봇대 꼭대기에서 이상한 소리가 끊임없이 났었는데 어른들은 그것을 '도란스' 소리라 했다. 그것은 강력한 전압을 가정집 수준에 맞게 낮추는 'transformer (변압기)' 소리였는데 그 단어의 첫 부분만 따온 일본식 영어발음이었다. 그 '도란스'가 'transport(옮기다)', 'transit(운송)', 'transition(과도기)' 같은 낱말의 시작 부분이라는 것 또한 한참 뒤에 알았다. 'trans'에는 가로지른다는 동작감 외에도 변화, 변천 같은 추상적인 의미가 숨어있다. 'transport'는 중세 불어와 라틴어에서 무엇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긴다는 뜻이었고 16세기 초에는 '감정에 압도당하다'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당하다'라는 말이 속수무..

|컬럼| 25. 바둑아, 바둑아, 이리 와

오래 전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 첫 페이지에 나왔던 ‘바둑아 바둑아, 이리 와. 나하고 놀자’ 하는 부분을 당신은 기억하는가. 왜 우리의 국어교육은 강아지와 놀고 싶다는 의지의 발동으로 시작하나 하는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하다못해 ‘바둑아 바둑아, 이리와. 나하고 공부하자’ 하지 않고 하필이면 ‘나하고 놀자’ 했는가 말이다. 청운의 뜻을 품고 학교에 간 첫날에 듣는 말이 기껏 강아지와 어울려 놀라는 메세지였다니. ‘놀다’라는 뜻의 ‘play’는 'plegian'이라는 13세기 초엽 고대영어로 원래 ‘운동하다; 까불다; 음악을 연주하다’라는 의미였다. 세월이 흘러 ‘돈 많은 난봉꾼’이라는 뜻의 ‘playboy'는 1829년에 태어났고 'play with oneself (자신과 놀다)'라는 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