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S. Eliot 2

|컬럼| 222. 과도기 현상

옛날 어릴 적 살던 집 담 밖에 우뚝 선 전봇대 꼭대기에서 이상한 소리가 끊임없이 났었는데 어른들은 그것을 '도란스' 소리라 했다. 그것은 강력한 전압을 가정집 수준에 맞게 낮추는 'transformer (변압기)' 소리였는데 그 단어의 첫 부분만 따온 일본식 영어발음이었다. 그 '도란스'가 'transport(옮기다)', 'transit(운송)', 'transition(과도기)' 같은 낱말의 시작 부분이라는 것 또한 한참 뒤에 알았다. 'trans'에는 가로지른다는 동작감 외에도 변화, 변천 같은 추상적인 의미가 숨어있다. 'transport'는 중세 불어와 라틴어에서 무엇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긴다는 뜻이었고 16세기 초에는 '감정에 압도당하다'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당하다'라는 말이 속수무..

|잡담| 칵테일 파티

당신도 알다시피 나 잘난 척하는 걸 참 싫어하는 편이지. 근데 오늘은 좀 잘난 척하고 싶은 심정이네. 그것도 혹시 당신이 울렁증이 있을 것 같은 영어, 게다가 영시를 가지고 위험천만한 과시를 하고 싶은 거야. 이해해 줄 수 있슬런지. 티 에스 엘리엇(T. S. Eliot)의 극시(The Cocktail Party)를 옛날에 띄엄띄엄 읽은 적이 있어. 물론 그 얘기 줄거리도 잘 모르면서. 히히. 힘들고 어려운 부분은 띠어먹으면서 대따로 열나게 읽었지. 그러다가 다음 대목에서 찌르르한 전율감이 오더라구. 마침 또 나중에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봤더니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정신과의사가 하는 말이었다구. 도둑이 도둑을 알아본다더니. 어쩐지 사람의 성격이라든가 자의식(自意識) 같은 것에 대한 문젯점이 내 귀에 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