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토끼 이야기 / 김종란 흰 토끼 이야기 김종란 흰 토끼를 만났지 토끼를 품에 안고 들판을 걸었어 끝없는 여름 건너편으로 토끼를 놓아준다 나도 모르게 나는 한 마리 토끼, 세상이 온통 흰 구름으로 덮여 있네 토끼가 아닌 것이 없어 세상에 시계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 나무의 키가 자라는 속도를 기록한다 눈금을 새겨 놓으려 해 세심하게 흰 토끼 순간, 시간을 뛰어넘어 들판 밖으로 사라졌어 © 김종란 2021.07.01 김종란의 詩모음 2023.02.03
산수화 1 / 김종란 산수화 1 김종란 *남농의 산수화에서 뵈었던 분이신데 어느새 훌훌 그 물기도 털어 버리시고 삿갓 하나 벗어 두시고 가셨다 하네 흰 국화에 들어 앉아 그 곳이 궁금하네 도착한 기념으로 소주 한잔 털어 넣으셨을까 예(藝)의 등짐은 누가 받으셨을까 두텁고 따뜻한 두 손은 누가 잡으셨을까 닳고 헤어진 두발은 하늘을 밟으며 돌아 보셨을까 이제 초록은 깊고 하늘은 흰 구름으로 덮이네 *남농(南農) 허건(許楗) © 김종란 2013.04.30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