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388. 외로움
며칠 전부터 집 밖 어디선지 간간 꾸르륵, 꾸르륵, 터키 우는 소리가 들린다. 꼭 누구를 부르는 것 같은 소리. 매해 이맘때면 그러려니 하면서도 올해는 유독 크게 들린다. 창밖에 서너 살짜리 어린애 정도 키의 터키가 서성이고 있다. 턱밑 벼슬이 불그스레하다. 그는 집 뒤뜰 아주 가까이에서 내 서재 쪽으로 발길을 재촉하려고 벼르는 모양새다. 나를 정면으로 보면서 가만히 서있기도 하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360도로 사방을 살피면서 약간씩 앞뒤로 흔든다. 사나운 발톱으로 풀섶을 파헤친다. 땅에 날카로운 키스를 퍼붓다가 머리를 천천히 드는 동작이 나를 친구로 삼고 싶은 기색이다. 흡족하게 따뜻하지 못한 봄바람 속에서 터키 한 마리가 내 뒤뜰을 노닐고 있다. 많이 외로워 보인다. 어릴 적 하모니카를 배울 때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