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330. 불
2019년 1월 찬 바람 몰아치는 어느 밤에 얼토당토않게 당신 집에 전기 누전 때문에 불이 나는 가상현실을 연출해 볼까 한다. 매연 때문에 갓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현관 문을 뛰쳐나와 떨리는 손가락으로 핸드폰에 911을 찍어 누른다. 이윽고 뉴욕 근교 소도시를 관할하는 소방차 여러 대가 경적 소리 요란하게 겨울 밤을 뚫고 들이닥친다. 불 소식을 들은 자식들과 친지들이 그런 일은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며 머뭇머뭇 말문을 터뜨린다. 보험회사와 수십 통의 전화통화가 이루어지고 현장에 출두한 회사 직원들과 눈살을 찌푸리며 대화를 주고받는 나날이 강물처럼 유유하게 흘러간다. 집을 다 때려부수고 처음부터 다시 지어야 한다고 한 전문가가 어두운 표정으로 선언한다. 그렇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화재다. 물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