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파 3

|詩| 사소한 예감 2

사소한 예감 2 탐조등이 암흑을 절단한다 당신이 예각으로 쪼개지고 있어 눈에서 주홍색 전파를 지지직 내뿜는 도깨비를 보았지 도깨비를 방에서 쫓아내세요 흠씬 두들겨 팬 후에 속이 찔끔해지는 말을 해주시고요 부피감 없는 말을 부엌칼로 찔러봐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거라는 귀띔이 있었다 당신의 예술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귀신으로 변한 거래 뜨거운 전류가 허파를 관통하네 갈라지는 내 가슴 詩作 노트: 예나 지금이나 내 몸 주변에 전류가 흐르고 있다 특히나 자고 있을 때 같은 때는 더 심하게 흐른다 © 서 량 2011.02.17 – 2024.01.30

2024.01.30

나팔수 / 김정기

나팔수 김정기 나팔 소리에서 은가루가 부서져 내린다. 몸에 있는 공기는 모두 빠져나가고 홀쭉해진 세포마다 소리가 난다. 나팔을 불면 떠난 사람이 돌아온다. 나팔 부는 사람은 나팔로 말한다 길게 늘어지게 나팔을 불면서 세상을 돌면 세상에 숨어있는 그대의 숨소리가 들린다. 음정마다 뽀얀 망토를 입고 텅텅 빈 몸으로 흐린 거울 속에 얼 비취고 있는 목소리 한 번만 더 들을 수 있다면. 온몸에 피가 나팔로 빠져나가도 그대가 그 소리 들을 수 있다면. 나팔을 입에 물고 거리로 달려 나가겠네. 흰 눈 같은 은가루를 뒤집어쓰고 터진 허파에 바로 그 나팔수 안에 그대가 숨어있네. © 김정기 2014.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