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6

|詩| 화장대

화장대 -- 마티스 그림 “화장대에서 책 읽는 여자”에게 (1919) 2 bottles of perfume 빛깔이 다른 향기, 향기 회색 거울 속, 흑백 영화에 나오는 여자 4분의 3박자 짙은 음악, 음악 前景 두텁게 젖혀진 curtain 背景 투명한 silk curtain, 반쯤 열려있다 무릎 위에 펼쳐진 책 또한 詩作 노트: 이 여자는 테이블이 아니라 화장대 앞에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 말고 간간 거울을 보면서 자신을 점검하는지. © 서 량 2023.10.13

여름과 가을 사이 / 김종란

여름과 가을 사이 김종란 카드보드에 선을 긋고 자를 대고 craft knife로 자르면서 잘라지는 실체를 바라본다 흰 카드보드가 반으로 나뉜다, 소리 없이 뭉치들이 잠시 매달리다가 떨어지네 Spring film festival 지나 Summer film festival 공기가 점점 투명해지는 늦은 오후 도시의 햇살에 갇힌다 Festival이 끝난다 달콤한 향기 머무는 영화관, 아직 음악이 흐르고 있네 © 김종란 2021.08.03

|詩| 창밖의 꽃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가 순전히 내 뜻대로 예쁘다 해도 괜찮은 꽃 서슴없이 태어나서 언뜻 보기에도 향기롭고 눈을 감고 있는 내내 활짝 개였다가 젖빛으로 뭉그러지는 구름 너머 날갯짓 가볍게 이내 사라지는 향기 한참 그득한 꽃 의자에 앉아 고개를 돌리면 직사각형 위쪽 대부분이 하늘로 덮여 흔들리는 창문 밖 조그만 꽃 한 송이 © 서 량 2020.02.20

2020.02.21

겨울사람 / 김종란

겨울사람 김종란 겨울사람은 언저리에 닿고 싶다 담배를 태우면서 화면 가득 노래 부르는 샹송가수 그 부드러운 미소 거침없는 커다란 눈과 입 살아있으므로 닿을 수 있다 이제 겨울 한 가운데서 수프를 끓이면서 보내는 시간 겨울 밤 불빛들은 가슴 언저리 꽃처럼 머물다 간다 추운 것을 함께 견디려 하다가 짐짓 더 추운 것을 서로 덤으로 얹어 주면서 겨울사람 하나 영화속으로 들어가고 샹송가수는 걸어나와 수프를 끓인다 겨울사람 영화속에서 커피잔 언저리 살짝 두드리며 입술에 와 닿았던 향기의 소소한 부분을 불러낸다 칼로 말을 자르는 추운 부엌에서 샹송가수는 부드럽게 노래를 불러준다 남겨진 겨울사람에게 © 김종란 2009.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