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피아노, 그리고 혼잣말 5월 끝자락을 바람이 쓱 훑어 지나가네요 5월이 숲으로 재빨리 잦아드는 걸 보고 있어요 다시는 5월이 날 찾아오지 않을지도 몰라 정말 가슴이 푹 파였지만 피아노는 대충 정갈한 옷차림이다 피아노는 손때가 반질반질하게 묻은 클라리넷에게 눈길을 던진다 자, 준비가 다 되셨겠지요 하.. 詩 2019.05.28
|詩| 민낚시 반짝이는 물결 소리 맨 귀로 들을 수 없는 강변에서 낚시질이나 하자꾸나 물고기는 아무 죄가 없다네 그래도 그렇지 참 밤새 추억의 칼날을 숫돌에 문지르며 나와 자네와의 숙명을 점검했다 냉정한 바람이 과일 냄새도 풍성하게 싱싱하게 진하게 폐부를 찌르는 가을 오후에 남루한 종이 .. 詩 2011.09.23
|詩| 여름을 위한 동물왕국 내성적인 나뭇잎들이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흔들리더니 잠시 후 본래 타고난 근성을 내보이며 체면이고 뭐고 없이 마구, 마구 진저리를 치는구나 살아있는 것들은 급속도로 해체된다 들끓는 돌풍 속에서 알뜰한 사랑을 포기한 우리들도 이맘때쯤 해서 당신이 등장한다 공포영화에 배불.. 詩 2009.07.29
|詩| 몸풀기 꽁꽁 얼어붙어 수정 빛으로 번득이는 고드름 끄트머리부터 끊어지거나 뜨겁게 녹아 떨어지거나 온순한 격정으로 아무런 상처 없이 전신이 떨리는 추위, 추위에 턱까지 떨리네 이빨이 따각따각 부딪히는 초저녁 눈발이 휘날리네 희끗희끗, 미쳤어 정말, 이리와, 가까이 와서 몸을 풀어 봐.. 詩 2008.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