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오후 종이 접기 / 김종란
봄날 오후 종이 접기 김종란 잠시 가볍게 네모난 빈 잔에 물을 붓다 한가로이 집중하며 꽃대를 꽂는다 포물선을 그리며 만나는 발목을 손을 발을 살짝 종이 접기 할까 트라이앵글 트라이앵글 사망문고에서 날아온 꽃송이들 얼은 뺨 부딪는 소리 휘영청 짊어져버린 검은 석탄 덩어리 무거워도 꽃이니까 봄이니까 휘인 사각형 안에 빠듯하게 곡선으로 일어나 철제 계단 아래 비스듬히 중세의 건물이 누워있어 깜깜한 오후에도 하늘엔 블루베리 과일행상이 블루베리를 쌓지 유리처럼 빛나는 얼은 손으로 종이 접기 © 김종란 201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