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병원의 ‘lunch coverage’를 맡는 날, 점심시간 끝 무렵. ‘Code Green’, 위기상황을 알리는 확성기에서 명시하는 장소가 3층 식당이다. 어느 병동 환자가 무슨 일을 터뜨렸을까. 나이가 스물 안짝으로 뵈면서 좀 뚱뚱한 여자환자가 식당 앞 복도벽에 등을 대고 바닥에 다리를 뻗은 채 ‘L-shaped’, 니은(ㄴ)자로 앉아있다. 병동직원 서넛이 그녀를 둘러싸고 무언지 큰 목소리로 설득하고 있는 상황. 환자는 눈을 아래로 깐 채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기색. 무슨 일입니까? 글쎄, 식사를 끝내고 다들 병동으로 돌아갔는데 이 환자 혼자서만 벽에 기대앉아 한 마디 말도 없이 꼼짝달싹하지 않고 있는 거예요. 얘는 평소에 남들과 의사소통을 곧잘 하는 편입니까? 암, 그렇고 말고요. 이름이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