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색맹을 의심하다 춘분이 가까이 오면서 겨울나무 잔가지에 푸릇푸릇한 색깔이 스며든다. 봄이면 우리를 찾아오는 빛은 단연코 녹색이다. 춘색(春色)이 완연한 요즈음 청색과 녹색의 차이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전통적으로 우리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는 '청산(靑山)'이라는 어휘가 참 신비롭고 이상하다는 느낌이다. 산을 멀리서 보면 푸른색으로 보이니까 그러려니 하다가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개가 갸우뚱해 진다. 산을 가까이 다가가 보는 순간 산은 녹색이다. 나무와 숲이 엄연히 녹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왜 산을 녹산(綠山)이라도 하지 않았는가. 젊은 남녀를 녹춘(綠春)이라 하지 않고 왜 청춘(靑春)이라 했는가. 오죽하면 한때 우리 조상들이 하나같이 청색과 녹색을 분간하지 못하는 색맹들이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