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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거운 것 / 김종란

가장 무거운 것 김종란 지하 이층 숨긴 둥지에서 깨어난 새끼 비둘기들 천진난만한 울음소리는 아침잠 묻은 채 오르내리던 지하 삼층 에스컬레이터 잠시 멈춘다 빛과 속도를 비행하며 내려와 지친 비둘기 한 마리 지하에 두고 간 노래소리 물밀듯 승객 빠져나간 지하철 통로에 남아 빨간 잠바에 흰 모자 깔끔하게 쓴 중국여인 광활한 우주에 무중력으로 뜬 채로 아직도 쉬지 않고 혼자 대화하고 있다 운행을 멈춘 별똥별처럼 명멸한다 잉크냄새 풍기며 하루는 발행되었으니 생명의 뒷문 열어 젖혀 맞바람 치는 한 켠 그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 낡은 이야기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일어나 빠르게 걷는다 무거워진다 폐기되는 길 위에 지어지는 집 숭숭 뚫린 꿈과 기억을 눈물로 메운 집 가볍고 아슬아슬한 집들의 골목을 되짚어 가는 길은 ..

|詩| 몽고반점* 옛날

꼬리뼈에 이끼 미역 냄새 물씬한 이끼 내 누추한 어릴 적 청량리 역전 언덕 위 집 눅진눅진한 석회 벽 구역질 감미로운 갓 지은 집 벽 냄새 바다 냄새 새 집 새 세상 내 집이라네 이제는 천정 높고 창문 많은 현대식 주택 사시사철 울긋불긋 무지개가 난동을 부리는 그곳 바람 부는 청량리 언덕 위 철도관사 금세 푸드득 날아갈 듯 번듯하고 쓸쓸하고 마음에 쏙 드는 집 한 채라네 *갓난아이의 엉덩이, 등, 허리 같은 곳에 멍든 것처럼 퍼렇게 되어 있는 얼룩점. 몽고 인종에게서 흔히 발견되고 다섯 살쯤 저절로 없어진다. © 서 량 2007.08.17 – 2022.12.03

2022.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