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명 2

|컬럼| 372. 당신의 이름을 나는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와 명국환의 '방랑시인 김삿갓'이 유행하던 때였다. 그 시절 음질이 좋지 않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한 가요가 떠오른다. 가수 이름과 노래 제목은 생각나지 않고 가사와 멜로디만 생생하다. 아무리 뒤져봐도 인터넷에 뜨지 않는 그 노래 가사가 이렇다. 당신의 이름을 나는 알고 싶소/ 그리고 내 이름도 아르켜 드리리다/ 우리가 서로서로 이름을 앎으로써/ 오늘의 사랑을 맺을 수 있고/ 그리고 내일도/ 기약할 수 있지 않소 여가수는 남녀가 하는 사랑의 전제조건으로 통성명을 내세운다. 그 절차에 착수하는 세레나데를 부른다. 남자가 작업을 걸어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여자 쪽에서 “What’s your name?” 하고 물어보는 정황! 에덴의 동산에서 금단의 열매에 대뜸 손을 댔던 이브처럼 그녀..

|컬럼| 303. 감정의 역동성

주말 아침에 한 정신과의사가 티비 뉴스 프로에서 우울증에 대하여 말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는 새로 개발된 약을 추천하면서 그 약이 우울증 외에도 불안증세가 있으면 그것 마저 곁들여서 잘 처리해준다고 언급한다. 그 순간 셰익스피어가 햄릿 입을 통해서 한 말,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을 이상스럽게 연상하면서 움찔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는 그 유명한 구절을 나는 그때 굳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고 직역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있다, 없다' 하는 흑백논리를 추구하는 그 유능해 뵈는 백인의사에게 거부반응이 일어났던 것이다. 사람 마음이란 이를테면 한 여자가 임신이다, 아니다 할 때처럼 우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