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2

|詩| 눈을 45도 각도로

나쁜 꿈이 잠시 생시에 떠오르면 자네는 눈을 아래로 비스듬히 떨구시게 옴짝달싹 하지 않는 생각의 갈피 들쑥날쑥한 숨길을 토닥거리는 손길 어정쩡한 상대를 마다하지 않는 마음 가짐 꼬박꼬박 올라오는 댓글들 투박한 살결을 건드리는 소슬바람 가을바람 아 참 그랬구나 하며 외치기 직전 딩동댕 정답입니다 하는 희열 등등 벌건 대낮에 흑백 사무라이 영화의 한 장면이 불쑥 떠오른다면 자네는 눈을 아래 쪽으로 슬쩍 내리시게 마법의 주문을 뺨치는 45도 각도를 취하면서 © 서 량 2020.10.16

2020.10.16

|詩| 가을 보내기

봄도 겨울도 다 괜찮지만 당신은 가을만은 믿지 마세요 골 깊은 땅이 썩을 듯 말듯 젖은 낙엽으로 덮이고 우중중한 산 그림자며 황급히 도망가는 철새며 조석으로 변덕을 일삼는 가을만은 믿지 마세요 둥근 땅과 하늘의 정신이 가물가물해질 수록 당신의 뾰족한 영혼은 더 초롱초롱해 질 거에요 가을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가을은 단지 타고난 소임을 다 할 뿐 보아라 거칠고 조잡한 풀잎을 우적우적 뜯어 먹는 저 허기진 사슴의 무리를 쪽빛 하늘을 잡고 늘어지는 달 덩어리보다 더 고집이 센 천근만근 무거운 구름 떼의 행로를 믿을 수 없으리만치 엄청난 당신의 애착심을 © 서 량 2008.11.12

2008.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