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래동화에서 사람과 호랑이가 대적하는 장면을 유심히 살펴 본 적이 있는가. '팥죽할머니'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같은, 구질구질하면서도 정감이 듬뿍 가는 사연들을. 팥죽할머니는 닭이며 송아지를 잡아먹는 호랑이를 팥죽을 주겠다며 어느 날 저녁 집으로 초대한다. 할머니는 호랑이에게 불 꺼진 화로를 후후 불라 해서 눈에 재가 들어가게, 고춧가루를 탄 물로 눈을 씻게, 그리고 바늘을 촘촘히 박아 놓은 행주로 따가운 눈물을 닦게 한다. 호랑이는 마당으로 뛰어나가다 개똥에 미끄러지고, 멍석 도깨비에 둘둘 말리고, 지게 도깨비에 얹혀 운반되어 강물에 첨벙 던져진다. 당신은 또 떡바구니를 들고 산언덕을 넘을 때마다 번번히 호랑이를 만나는 떡할머니를 기억하는가. "할멈, 할멈.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