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 2

우주의 봄 / 김정기

우주의 봄 김정기 그대는 다른 행성의 언어를 쓴다. 그 소리들이 껍질을 뚫는다 허물 벗은 소나무 새순이 발그레 하다가 연두가 들어있는 봄의 첫 첫사랑의 눈빛이다. 가버린 날에 살던 땅에서 카톡을 보내온 냉이 꽃다지 원추리에 들어있는 우주의 창문이 열린다. 벌거벗은 공기들이 손을 내밀면 폭죽으로 터지는 여린 입김 자라나는 법을 터득한 직선을 그으면 떠난 계절의 남루를 벗어버리는 그대의 지난 날이 넘친다. 책상 위에 먼지 한 알 집 앞을 뛰는 백인여자의 신발 물집이 생겨 새살이 돋는 모양새까지 눈여겨보아지는 새 날들 번지는 색깔에 꽃 편지 쓰는 그대는 봄이다 © 김정기 2016.04.07

꽃과 인터뷰 / 김정기

꽃과 인터뷰 김정기 내 몸에 꽃이 피다니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구나 시간에 앉은 흠집이 언제부터 싹터서 꽃이 되었고 소리칠 때마다 자라고 있었구나. 꽃잎, 한 겹씩 벗겨내서 말 걸어보자 이제 보니 너는 꽃이 아니었구나. 타관의 골목길을 돌고 돌아 나에게 안겨와 언제나 비로 다가와 눈물이 되었지 반짝이는 것들을 향해 들어설 때 새벽잠 깨어 뒤척일 때 찔러대던 가시가 꽃이 되다니 시만이 살길이라고 달려온 길 모퉁이에서 세상과 잡은 손을 놓고 말았지. 언제나 불씨를 갖은 꽃은 떠나가는 계절은 떠나 보내며 그래도 너는 모두 거두어들인 들판에 말없이 나에게 와서 어깨를 기대는구나. 꽃의 입김이 따스한 것도 이제 알겠구나. © 김정기 2010.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