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2

우유 따르는 여자 / 김정기

우유 따르는 여자 김정기 아직도 여자는 우유를 따르고 있다. 삼백 년도 넘게 따른 우유는 넘치고 넘쳐서 어디로 해서 어느 강으로 몸을 섞었을까. 왼쪽 창문을 통해 들어온 태양은 여자의 왼쪽 팔에서 튀고 짙은 남색 앞치마에 안긴다. 그리고 머릿수건 뒤에 가서 빛으로 조용히 머문다. 허름한 부엌 벽 위에 걸린 바구니 속에 담긴 곡식은 아마 지금쯤 싹이 나서 셀 수 없는 낱알을 만들었겠지 그러나 보았다, 식탁보 밑에 깔린 두꺼운 어두움 알 수 없는 그 나라의 냄새가 풍겨온다. 베르미어*는 신들린 붓으로 고요를 만들고 순하게 네모 반듯한 감옥에 서서 끝없이 우유를 따르고 있다 그 소리가 지금 나의 잔에도 스민다. 윗저고리의 황홀한 겨자 빛깔이 나부껴온다. 썩지 않는 빵들이 식탁 위에서 계속 발효되고 있다. *1..

|詩| 우유와 안개의 병치법

우유, 그것도 분말 우유 맛으로 치면 어찌 모유에 비길 수 있으랴마는 젖빛, 우유빛으로 어느 날 내 눈앞을 가리는 안개가 있었지. 그건 흔하지 않은 일이었어 꿈 속에서 꾸는 또 하나의 꿈처럼 검붉은 장미꽃닢이 겹겹이 겹치마 흉내를 내면서 내 감각을 둔탁하게 만들어 주는 엄숙한 예식이었다 의식이 탁해지면 탁해질 수록 정신이 초롱초롱해졌어 그건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었지 만약에 빛에 생명이 있었다면 반짝 발광(發光)하는 젖빛, 안개빛의 눅눅한 습기가 내 폐 속으로 흠씬 젖어들던 그 순간 같은 경우는 © 서 량 2009.10.19

200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