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환자 약의 복용량을 놓고 다른 정신과의사와 회의석상에서 토론이 벌어진다. 의사들의 처방습관에도 어쩔 수 없이 각자각자의 성격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토론이 논쟁으로 변한다. 약의 효능보다 부작용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변론이 나온다. 어차피 아무리 약을 써도 증상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 것이 ‘정신분열증’이니까 아예 미리부터 약의 부작용이나 방지하자는 속셈이 내보인다. 적극적으로 병의 증세를 호전시키는 약물투여는 관심 밖이다. 나는 2010년부터 한국에서 통용되는 ‘조현증’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못하다. 사람 뇌의 신경구조가 현악기가 아닌 이상 조현(調絃)이라는 말은 이상하게 들린다. 올들어 어느덧 46년째 정신과의사로 일하고 있지만 정신분열증이 뇌질환이라는 단정을 내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환자의 두뇌장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