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엄지 손가락 엄지 손가락 -- 마티스 그림 “검은 배경의 책 읽는 사람”에게 (1918) 머리에 사과 하나 복숭아 하나 잎새 잎새 몇 개 실내는 오후 무더운 실내 책은 어디를 펼치나 백지 백지 새하얀 백지 여자가 눈을 비스듬히 아래로 깔고 생각을 멈추네 책갈피 사이에 놓이는 오른손 엄지 가벼운 엄지 詩作 노트: 책을 읽는 것도 책을 읽다가 잠시 책 읽기를 중단하는 것도 동작이다. 둘 다 동작이다. © 서 량 2023.07.07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7.07
|詩| 떡갈나무의 오후 4시 누가 하루의 극치가 정오에 있다고 했나요, 누가 오후 네 시쯤 개구리 헤엄치 듯 춤추는 햇살의 체취를 얼핏 비켜가야 한다 했나요 봄바람은 이제 매끈한 꼬리를 감추고 없고, 초여름 뭉게구름이 함박꽃 웃음으로 지상의 당신을 내려다 볼 때쯤 누가 작열하는 오후의 태양을 품에서 밀어내고 싶다 했나요 반짝이는 떡갈나무 잎새들 건너 쪽 저토록 명암이 뚜렷한 쪽빛 하늘 속으로 절대로 철버덕 몸을 던지지 않겠다고 누가 말했나요 © 서 량 2009.05.29 발표된 詩 2020.07.26
비 갠 오후 / 윤영지 비 갠 오후 윤영지 지난 며칠 줄곧 비가 내리더니 하늘이 퀭하니 뚫렸다 빼곡히 차있던 황금빛 가을 물결이 후두둑 젖은 땅 위로 내려앉아 출렁이고 저만큼 더 보이는 하늘 바라보며 나도 이제는 묵직한 걱정을 사뿐한 나뭇잎으로 내려놓는 법을 배우려 한다 드러내는 나무들의 순리와 조용한 당당함..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