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이라는 숫자 / 김정기
넷이라는 숫자 김정기 여덟에 매어서 넷까지 덩달아 좋아했던 길 그 길가에 차 네 대가 주차하고 하필 그 네 번째가 새로 뽑은 차 8444일 때 네것 내것 가릴 것 없이 한참동안 황홀해짐을 누가 막으랴 꿈이 넷이라면 둘까지도 아끼며 걸어 온 길에 아직도 자갈들 구르지 않고 이끼 묻어 비바람 뜨거운 볕 당해내고 있으니 둘을 버리고 넷을 버리고 여덟까지 내던지고 앉은 섣달 초승 그래도 오늘아침 싸락눈이 잠깐 내리고 참새 떼가 마을로 날아 들더라 위트니 박물관에서 백 년 전 나뭇잎들을 쓸어 담아가지고 집에 와서 쏟으니 네 바구니 여덟 바구니를 채우려면 또 한 번 가 보아야 하겠네 세모의 어느 토요일 아침 어떤 백인 노부부처럼 품위 있게 손잡고 거기는 여덟층이 없으니까 사층에서 맴돌자 선으로 색으로 엉클어놓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