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2

|詩| 지독한 에코

뚜껑을 덜거덕 열고 장독 항아리 속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푹 박고 들여다보면 내 사랑을 둥그렇게 구획하는 경계 안의 컴컴한 내막이 아우성치는 무시무시한 에코가 얼굴을 때린다 정신이 얼얼해지고 기차가 기적을 울리면서 금방 지나간 듯 귀가 멍멍해지는 에코! 지구가 암흑 속에서 꿈틀대는 격렬한 동작 값싼 교훈 같은 거를 들먹이는 고대소설의 권선징악 마음 착한 남녀가 막판까지 살아 남는 사연 그리고 또 있다 시인들은 너 나 다 아름답다는 망상 등등 하여튼 간에 빈 항아리 속에서 아! 하는 지독한 에코 때문에 지성이고 쥐뿔이고 아무짝에도 소용 없는 아늑한 이기심이 솟는다 아무 것도 없는 줄 뻔히 알면서도 혹시나 하며 항아리에 곰곰이 귀를 기울이다가 © 서 량 2005.12.28 2006년 12월호에 게재 시작 노트..

발표된 詩 2022.03.19

|컬럼| 214. 사디즘과 나르시시즘

2014년 4월 한국의 한 병장이 일등병을 큰 이유 없이 때려죽였다는 어처구니 없는 뉴스를 읽고 사디즘(sadism, 가학증)에 대하여 생각했다. 프랑스의 미치광이 귀족, 사드 후작(Marquis de Sade: 1740~1814)은 '가학성 변태 성욕'을 실천에 옮긴 인류의 원조로 손꼽힌다. 74년 평생에 29년을 감옥에서 그리고 마지막 13년을 정신병원에서 보낸 '사드'의 이름에서 유래한 사디즘이라는 말은 원래 남에게 성적으로 고통을 주는 쾌감을 뜻했지만 근래에는 남을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병적인 즐거움이라는 광범위한 의미로 변했다. 사디즘의 발생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학설이 있지만 정신과의사들과 심리학자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으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매사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