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 2

|詩| 오해

오해 밤과 낮이 서로 자리를 바꾸며 태양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나는 귀머거리야. 베어마운틴 들쑥날쑥한 산허리 외길을 급하게 운전한다. 나 또한 당신 무의식 속 깊이 파인 기쁨 밑바닥에 흐르는 슬픔을 도무지 실감하지 못한다. 같은 피가 많이 섞인 손주딸 마음도 마찬가지지.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싸락눈이 슬금슬금 내린 다음 날 아침 내 헛헛한 목덜미를 데워주던 겨울 햇살은 또 무슨 의미였는지. 詩作  노트:17년 전 쓴 詩를 약간 뜯어 고친다. 맞다. 詩는 고쳐 쓸 수 있다.내가 나를 고쳐 쓸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 서 량 2007.08.20 – 2024.11.23

자몽향 / 김종란

자몽향 김종란 청파동 입구 흠, 흠 바람 따라 몸에 와 감기는 향기 수레에 그득한 자몽향 그 봄 처음 마신 시간의 향 흐릿한 주홍, 분홍 청파동 입구로 자몽이 날아가네 훨, 훨 봄 하늘 귀퉁이 당신의 비몽사몽 사랑 자몽이 야구공처럼 구름 속으로 날아가네 비 쏟아지는 먼 세상, 다른 세상에서 자몽(自懜)한 자몽향이 자꾸 곤두박질 치고 있어 엎치락뒤치락 향기가 번지고 있어 지금 내 입안에 머무는 자몽즙, 그 쓴 맛 창문을 거세게 때리는 빗줄기 속 © 김종란 2021.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