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 소리 2

|詩| 큰 나무 노래

큰 하늘 사이로 저 검푸른 나뭇잎이 흔들리는지 저 뚜렷한 귀금속 청동의 거목 인자한 가지마다 당신의 소망이 우리 미미한 공백의 마음을 흔드는지 더 생각하지 말아라 그리고 그 기골이 장대한 노인은 대저 우리의 실책이라는 것들이 이 엄청난 시공으로 매달리듯 날아가는 구름 떼의 아득한 신음 소리다 하셨다 나무를 휘감아 오르는 어느 더운 바람의 심중이 우리 속 죽음의 잔가지를 부검하는 목숨 깊은 칼질이다 순순히 솟아나는 푸르름의 떨림이다 그리고 그 기골이 장대한 노인은 전혀 요지부동으로 서 있었다 시작 노트: 88 올림픽이 한국에서 개최된 해에 내가 미국에서 이런 시를 쓰다니, 하는 상념에 잠긴다. 한여름. 하늘을 가리다시피 신록이 울창한 나무잎새들이 흔들리던 그때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엄청나게 큰 나무 둥치서..

발표된 詩 2023.03.04

|詩| 수퍼 핑크 문

2020년 4월에 수퍼 핑크 문이 둥실 두둥실 뜬대 손만 뻗치면 커다란 분홍색 달을 만질 수 있대 얼마든지 2020년 4월 8일 앞마당에 꽃잔디가 펼쳐질 때쯤 수퍼 문을 건드릴 거다 지구 그림자가 어디로 사라지고 없고 앞마당도 사라지고 없고 분홍색 꽃잔디가 궁창에 붕 떠서 내 전신을 감싸줄 때쯤 달이 지구에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와 평소보다 7 퍼센트 더 크게 16퍼센트 더 환하게 당신 눈과 이마를 적셔줄 거다 2020년 밤이면 밤마다 지구가 신음 소리를 낸대 지구가 너무 아파하니까, 2020년 4월 8일 밤에 수퍼 핑크 문이 하늘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거래 ©서 량 2020.03.31

2020.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