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소나타 김정기 이름 모르는 나무들이 다리를 절며 도시에 모여 든다 어둠은 때때로 살을 저미고 홀로 부르는 노래되어 처음 보는 겨울 숲을 건넌다 오장육부를 쥐어짜는 파두(fado)*를 들으며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닦던 당신 식탁에 물이 끓는다 모두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일 때 그래도 당신은 나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섬광 같은 일별(一瞥)이지만 갑자기 겨울은 환해졌다 겨울 나그네는 모닥불을 지피고 빛나는 것 들이 몰려오기 시작하고 감당할 수 없는 계절이 노래가 된다 고요하게 덮이는 겨울 소나타에 목을 추기며 겨울을 맞는다. *폴투갈의 전통 유행가 © 김정기 2011.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