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시 3

|詩| 꿈, 생시, 혹은 손가락

쟤는 지금 자고 있어요 하는 어머니 목소리 들린다 나는 자고 있구나 어머니도 지금쯤 편안히 주무시고 계시려나 기타와 바이올린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어 하나는 작고 하나는 좀 큰가, 그게 다야? 기타인지 바이올린인지 음정을 규정하는 당신 왼쪽 가운데 손가락 끝이 떨린다 실물 크기 천연색 손가락이야 당신 손가락 네 개가 미친 듯 한가을 메뚜기 떼처럼 인간성 없는 컴퓨터 칩처럼 지직 지지직 바삐 움직이고 있네 나른하고도 약간 서글픈 장면이라 해야 좋을지 몰라요 © 서 량 2007.11.17

발표된 詩 2022.05.20

|詩| 봄이 무수하게

많은 사람들이 꿈에 등장한다 봄이면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이 말을 건네면 어디선지 많이 본 듯한 눈매 나른한 봄밤 날렵한 몸매, 흩날리는 꽃말 *mezzo piano 진폭, 가여운 진폭 살에 사무치는 꽃말, 최초의 꽃말 한참을 한껏 편안히 드러누운 자세였다가 당신이 벌떡 일어나 앉는 니은字 모양으로 날生鮮 펄떡거리는 꿈결 봄이 일구는 생생한 집터, 싱싱한 生時 *조금 여리게 하는 연주 기법, 음악 용어 시작 노트: 매해 봄이 오면 어김없이 꿈의 분량이 많아진다. 꿈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서 내게 말을 붙이기도 한다. 좀 불안할 때도 있다. 대화 내용은 무의미하거나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어떤 때는 대화를 하다가 일방적으로 기운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가 깨어나면 꿈이다. © 서 량..

2022.02.19

|詩| 눈을 45도 각도로

나쁜 꿈이 잠시 생시에 떠오르면 자네는 눈을 아래로 비스듬히 떨구시게 옴짝달싹 하지 않는 생각의 갈피 들쑥날쑥한 숨길을 토닥거리는 손길 어정쩡한 상대를 마다하지 않는 마음 가짐 꼬박꼬박 올라오는 댓글들 투박한 살결을 건드리는 소슬바람 가을바람 아 참 그랬구나 하며 외치기 직전 딩동댕 정답입니다 하는 희열 등등 벌건 대낮에 흑백 사무라이 영화의 한 장면이 불쑥 떠오른다면 자네는 눈을 아래 쪽으로 슬쩍 내리시게 마법의 주문을 뺨치는 45도 각도를 취하면서 © 서 량 2020.10.16

2020.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