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41

|詩| 색소폰 솔로

미리 준비한 것이 아무 쓸모 없어서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저 음부에서 눈을 감는 수법으로 한동안 멈추는 숨길 나와라 썩 나와라 발바닥부터 눈썹 위까지 하나뿐인 영혼을 뭉개버리는 뻔뻔함으로 땀방울도 질펀하게 울어라 얼마든지 울어라 녹아내리는 금덩어리 손가락의 흉계 찢어진 나뭇가지 가파른 낭떠러지 흙 꽃잎 소금 지렁이 샛노란 하늘 시커먼 돌멩이 씩씩한 군인이 구름 속에 넘어졌다가 한참 후에 툭툭 털고 일어난다 흐느끼는 것도 바람일 뿐이다 강물이 덩달아 울지 않는다 최고 음역에서 눈을 감는 수법으로 흙바람이 되돌아오는 기압골 소용돌이가 높은음자리표에 천천히 멎는다 무수한 소립자 십자 광선들이 금빛 색소폰 몸체 밖으로 이탈한다 시작 노트: 옛날에 쓴 시는 대개 몇 군데 고치고 싶기 마련인데. 25년 전에 ..

발표된 詩 2021.06.20

|詩| 옆방

색소폰 소리 같기도 해 미닫이 문이 조심스레 열리는 참 반가운 기척인지도 몰라 들려요, 분명한 저음으로 속 깊은 충격을 감춘 채 바로 옆은 아니지만 옆이 아니더라도 여태 나를 멀리했던 내 유년기 갈대 숲 우거진 해변 소나무 여럿이 듬성듬성 말없이 서있는 곳 같기도 해 바람결 문풍지가 부르르 떨렸는지도 몰라 느껴요, 분명한 테너 색소폰 멜로디가 검푸른 파도로 밀치고 밀리면서 바로 옆에서 귓전을 때리는 이 마구잡이 저음의 엄청난 위세를 © 서 량 2019.07.22

2021.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