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트 / 김종란 프린트 김종란 길 조용하다 흑백의 나무들과 잡목 숲 사이로 길은 완만하게 구부러져 있다 흰 길이다 나무들은 두텁고 부드러운 질감이다 고개를 갸웃하며 낯익은 그 길을 들여다본다 온밤 지나 새벽녘 지나 아침으로 찍혀 나오는 회색 안개 묻힌 얼굴들 어깨를 부딪힐 때도 모호하게 일별하며 잘라지는 따뜻한 흰 모래일까 바짝 다가선 길 인쇄되면서 길은 희게 반짝인다 © 김종란 2009.11.17 김종란의 詩모음 2022.12.09
|詩| 생강을 위한 생강스러운 생각 생강나무에서 생강 냄새 나나 생강꽃에서도 생강 냄새 나나 생강향이 섞인 자스민 같은 향기가 난대요 달걀 모양으로 갸름하게 생긴 생강나무 잎새도 생강 향기를 풍기나 생각에서도 생각 냄새가 나나 생각스러운 생각을 타박상에 북북 문지르면 생각의 피부가 알싸해지고 먹으면 메슥메슥한 속이 싹 가라앉는 생강 향기 속으로, 미확인비행물체 하나 유유히 번쩍번쩍 날아가는 새벽녘 © 서 량 2021.05.22 詩 2021.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