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정신치료에 심취한 적이 있다. 남들을 대할 때 손에 땀이 나서 악수하기를 꺼리는 핸섬하고 스마트한 40대 중반 독신 로버트의 형은 동네에서 소문난 ‘미친 놈’이다. 누이 셋은 왕년에 잘 나가던 시스터 보컬 그룹. 주야장천 형제자매 이야기만 하는 로버트. 로버트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필, feel’이 잡히지 않는다. 너는 어떤 사람이냐?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에 있어서 삶은 끊임없는 ‘가십, gossip’의 연속일 뿐 저 자신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로버트의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주체(主體)의 부재는 한국인의 언어생활을 지배하는 주어(主語)의 부재와 비슷한 데가 있다. 자아(自我)의 부재현상. 단군의 후손들 핏속에 흐르는 피해의식, 남의 시샘과 질투의 대상이 되는 불안감 때문에 문장에 주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