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6

|詩| 소파

소파 -- 마티스 그림 “소파 위의 젊은 여자”에게 (1944) Window 창문 없는 곳 大腦 brain 다 부질 없다 새까만 hair 번듯한 양팔 양다리 든든한 몸통 노랑 빨강 검정으로 수직 수평으로 휙휙 금이 그어지는 실내 젊은 여자 詩作 노트: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는 1941년에 받은 小腸癌 수술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고 “cut-outs,”(색종이 오리기) 등등 작품활동을 하다가 1954년 11월 3일에 죽는다. © 서 량 2023.11.03

|詩| 겹치마

겹치마 -- 마티스 그림 “붉은 소파”의 여자에게 (1921) sofa bed 시트는 빨강, 빨간색 백색 부츠를 신은 채 다리를 꼰 채 겹겹으로 쌓이는 feelings, feelings 눈을 똥그랗게 뜨고 하는 생각도 생각이다 pale blue 옅은 청색을 에워싸는 빨강이다 詩作 노트: 누워서 생각을 할 때는 모로 누워 하는 게 좋다. 똑바로 누워서 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다채롭다. © 서 량 2023.10.18

빨강에 관하여 / 김정기

빨강에 관하여 김정기 빨간 빗살 두 개가 빠져있는 화장실에서 손풍금 소리가 난다 초경의 갯비린내 바람에 쓸려나가고 빨간 글씨 위에 누워있는 큰언니 다홍치마 날린다 빨간 딱지에 징용된 애인 마른 숲을 헤치고 찾아 간 연병장에 피어있던 사루비아 꽃무리 쳐들어온다 이제 와보니 빨강은 오랫동안 내 곁에 머문 동맥의 꿈틀거림이던가 헐거워진 신발 벗어보니 젊음을 목조이던 빨간 구두 한 켤레 치과에 갈 때, 짜장면 먹으러 갈 때 빨간 립스틱 지운다 저 나라까지 데려가야 할 빨간 가죽 모자 © 김정기 2009.10.27

|詩| 새벽 냄새

새벽에서 꽃 냄새가 난다 이상한 꽃 냄새 오후쯤에야 겨우 사라질까 말까 하는 뭇 별 냄새 내 쪽으로 오고 싶어 안달하는 은하수 냄새 얼추 회색인가 싶었는데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에 내 대뇌피질을 연신 건드리는 빨강 파랑 노랑 초록 산뜻한 빛의 율동 오래 전 음력설에 맡았던 영락없는 당신 색동저고리 냄새 © 서 량 2006.08.10 - 2021.08.16 (수정) 원본 - 세 번째 시집 (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발표된 詩 2021.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