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도시 김정기 혼자 썩어가는 영하의 노을 회색 장막을 치고 문을 닫는다 두 줄기 양란을 배달하는 아이의 발걸음에서 빠르게 와버린 겨울의 속살이 보인다. 공원의 나무들 눈물겨운 숨소리 땅에 묻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안개로 서려온다, 뼈아픈 것끼리 이루는 화음이 헐거워진다. 겨울 박물관에서는 엉겅퀴 꽃 한 송이에 모든 햇빛을 쏟아 붇는다. 낯익은 한글 간판이 목청껏 소리 지르는 한인 타운에서도 동행이 없이 스스로 작아지는 어둠이었다. 30번을 맞는 겨울이건만 타관은 타관이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찬바람이 와서 손을 잡는다. 그래도 붙잡혔던 우리 집 단풍나무 잎새 몇 잎이 짧은 겨울 해 어깨위로 조용히 몸을 눕힌다. 죽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식이다. 그러나 도시는 더욱더 현란해진 불빛에 취하여 비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