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장애 2

|컬럼| 491. Goodbye 명사, Hello 동사!

Goodbye 명사, Hello 동사! 오래전 미정신과협회 간행,『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제4판(DSM-4)에 ‘Wha-byung’이라는 진단명이 출현했다. 우리말 ‘화병(火病)’을 소리 그대로 옮긴 말. 한국문화권에서 발생한다는 주석이 붙는다. 그리고 2013년 ‘DSM-5’에서 화병은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된다. 화병은 정신적 고통(distress)과 육체적 증세가 공존하는 증후군.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 소화불량, 불안, 우울 같은 증상이 정신질환을 방불케 하지만 정신병명이 아니라는 소견이다. 원인으로는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위계질서를 손꼽는다. 대가족 제도에서 일어나는 고부간의 마찰도 빼놓을 수 없을 뿐더러 유교적 형식주의에 얽매이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서 온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

|컬럼| 380. 언힌지드

러셀 크로가 주연한 2020년 영화 ‘Unhinged’가 한국에서 번역 없이 그냥 ‘언힌지드’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것을 알았다. 영한사전은 ‘경첩을 뗀, 불안정한, 혼란한’이라 풀이한다. ‘unhinged’는 슬랭으로 미쳤다는 뜻으로 매우 모욕적인 말이다. 경첩이 떨어져 나간 문을 상상해 보라. 제대로 닫히지 않아서 제 구실을 못하는 문의 황량함을 생각해 보라. 신호등 앞에서 꿈지럭대는 앞차에게 빵~ 하고 경적을 울린 여주인공이 심한 보복을 당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무서운 속도로 쫓아온 앞차 운전수 러셀 크로는 사과를 요구한다. 그녀는 차갑게 거절한다. 분노에 찬 그가 줄기차게 그녀의 가족과 연고자를 해코지하고 죽인다. ‘unhinged’를 ‘뚜껑이 열리다’, 또는 ‘꼭지가 돌다’라고 본 뜻에 가깝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