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움 3

|컬럼| 72. 목신(牧神)의 오후

인상파 음악의 거두 드뷔시가 말라르메(Mallarme)의 시에 곡을 붙여 1894년 파리 초연에서 불란서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전주곡 멜로디를 당신은 기억하는가. 목신이 풀밭에 누워 비너스 여신을 포옹하는 꿈을 꾸는 그 나른하고 감각적인 화음진행을. 희랍 신화에서 목축의 신, 판(Pan: 牧神)은 상반신은 사람이면서 하반신이 염소 비슷한 동물의 몸이었다. 음악을 즐기고 요정과 춤을 곧잘 추던 'Pan'은 양떼와 목동들을 보살피는 숲과 들의 신이었다. 그러나 당신은 적막하고 어두운 숲 속에서 어떤 미신적인 공포를 느끼지 않았던가. 성황당 앞에 우뚝 선 고목이나 잎이 울창한 은행나무를 어느 유년의 저녁에 얼핏 올려보았을 때 등골을 스치던 전율이 있지 않았던가. 음습한 숲 속이나 바람 부는 벌판에서 우리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