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테이블에는 어제의 햇빛이 아직 남아있다 / 김종란
티테이블에는 어제의 햇빛이 아직 남아있다 김종란 티테이블에는 어제의 햇빛이 아직 남아있다 아무도 오지 않아도 약간 빼어 놓은 의자엔 온기가 서려있다 열 걸음 정도 떨어져 있어서 모서리들이 둥글게 부드러워 보인다 분명 꽃은 없는데 꽃들이 꽃병 안에서 미소 짓는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어제의 그제의 그그제의 햇살이 쌓인다 누가 그곳에 가지 않아도 티테이블은 만나고 있다 사람 산토끼 거북이 종달새 모습들이 불현듯 테이블 언저리를 잡고 웃고있다 티테이블은 몽상의 바다에 자리 잡고있다 내가 온곳에서 몰래 따라온 푸름이 깊어질 수록 더 반듯하게 몸을 펴고 앉아있다 눈을 감으면 티스푼이 찻잔에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시간의 껍질이 벗겨지는 작은 마주침들 족쇄가 차인 발목은 점점 깊은 바다에 가라앉고 열 발걸음쯤 떨어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