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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냉이 / 김정기

고추냉이 김정기 아궁이 불을 끄고 들길로 나섰다 민들레는 피가 굳어 거친 숨을 내쉬고 강아지풀도 바람에 시달려 소리지른다 한풀 꺾인 가을 풀 섶에서 보랏빛 꽃 한 송이 엷어가는 햇살에 몸 적신다 매운 맛을 키우려 숨어있는 고추냉이 속으로 숨을 고르며 독을 키운다. 감추어둔 말을 쏟으며 날파리가 기어간다 기다리는 것도 지친 발걸음에 부서지는 가을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당신은 어디에도 없구나 버려진 풀끼리 쓰다듬는 틈새에 보이는 것이 있다 빛 알갱이들이 무리 지어 태어나는 고추냉이 속살. 다시 불을 지피고 매운 맛에 떤다. © 김정기 2010.10.28

|컬럼| 353. Name Your Poison!

약(藥)이라는 한자어를 살펴본다. ‘풀 초’ 밑에 ‘즐길 락’이 합쳐진 모습! 풀을 즐긴다고? 영어 슬랭으로 ‘weed, 잡초’라 하고 우리가 대마초라 부르는 마리화나가 떠오른다. 미국에서 오래 살아온 탓이다. 약에는 의약(醫藥)이라는 뜻 말고 독(毒)이라는 뜻도 한자사전에 나온다. 대마초를 피우면 당장은 릴랙스 할지 모르지만 정신건강에는 독이 된다. 당신 아들이 시험준비를 해야 할 시간에 대마초를 피우면서 편안한 기분에 빠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1960년대에 전 세계를 흔들었던 팝송 ‘Love Potion No. 9’을 기억하는가. ‘사랑의 묘약’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노래. 이때 ‘potion’은 ‘물약’을 뜻한다. 제목을 ‘사랑의 드링크제’라 하면 어떨까. ‘potion’과 ‘poison(독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