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조의 공간 김종란 당신은 가두지 않겠어요 바람 부는 곳 눈 내리는 곳 낙엽 지는 곳에 있어요 지켜 보고 있어요 비인 곳 까마득한 산불 일어 미세하게 느리게 침묵하는 것들은 함께 흔들리어 늦은 볕 아래 투명하게 불 붙다가 텅 비어져요 산뜻하게 베어져 이 빈터에 놓이네요 잠시 눈시울에 머뭇거리다 흘리지 못해 반짝 빛나다 별빛 아래 물기 듬뿍 머금은 흰 국화(菊花) 사라지는 것을 은유(隱唯)하며 이 비인 곳을 지나네요 *국악의 가장 느린 장단 © 김종란 2009.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