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등걸 2

나무 등걸 / 김정기

나무 등걸 김정기 우리가 버렸던 그들은 말을 못했다 반세기를 눈비 맞고 꼼짝 안하고 있었다 뒤뜰에 나무 등걸 네 개가 서서 쨍한 햇살도 지나갔지만 이제야 돌아보고 몸에 난 구멍에 손을 넣었다. 바람에 날아든 어린 나무 뿌리도 만져지고 마른 기침소리와 말소리도 조그맣게 들렸다 억울했었다는 티도 없이 깊은 흠집에 흙을 받아들였다 그 흙에다 오이 고추도 심으며 달래 보는데 그들은 순순히 물을 받아 식물에게 주고 껴안아 죽은 나무 토막에도 속이 비어가는 세월동안 샌디 폭풍도 견뎠던 날들이 소리치지만 그냥 하나씩 삼켜버렸다 지금까지 온 길이 꿈결이듯 남은 날도 나무 등걸이 되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어느 누구의 손길을 어디로 부는 바람을 모두가 시들어 떨어져도 나무 등걸엔 새싹이 © 김정기 2017.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