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지 2

봄, 우주 / 김정기

봄,우주 김정기 그대는 다른 행성의 언어를 쓴다. 그 소리들이 껍질을 뚫는다 허물 벗은 소나무 새순이 발그레하다가 연두가 들어있는 봄의 첫줄 첫사랑의 눈빛이다. 가버린 날에 살던 땅에서 카톡을 보내온 냉이 꽃다지 원추리에 들어있는 우주의 창문이 열린다. 벌거벗은 공기들이 손을 내밀면 폭죽으로 터지는 여린 입김 자라나는 법을 터득한 직선을 그으면 떠난 계절의 남루를 벗어버리는 우리의 지난 날이 넘친다. 책상 위에 먼지 한 알 봄을 신은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새살이 돋는 모양새까지 눈여겨 보아지는 새로 열리는 날들 번지는 색깔에 꽃 편지 쓰는 당신은 봄, 우주 © 김정기 2019.02.27

|詩| 꽃이 피는 동안

각양각색 자동차들이 봄나들이 행렬을 이뤘어요 나뭇가지가 휘어지도록 조심스레 매달린 귀신같이 새하얀 봄꽃도 봄꽃이지만 검푸른 기와지붕도 봄볕에 반짝이는 질항아리들도 무지하게 아름다운 집단으로 공존하는 풍경이에요 이처럼 흥겨운 인터넷 화면의 봄나들이를 도무지 어쩌지요 쌀쌀한 봄바람에 술렁이는 대지의 습성일랑 또 어쩌지요 햇살이 눈부신 날일 수록 정체불명의 신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보고 있대요 조금씩 홀로 떠밀리는 혼자만의 운명일랑 절대 용납하지 않는 무서운 성미지만 나중에라도 알고 보면 참 너그러운 신이라나요 달래 냉이 꽃다지가 당신의 연약한 미각을 자꾸 톡톡 건드리는 힘에 못 이겨 당신이 느리게 몸을 푸는 동안 그 정체불명의 신이 좀 강짜를 부린대요 © 서 량 2009.04,08

2009.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