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 3

|詩| 편안한 겨울

내가 당신과 함께 먼 곳을 다녀 오고자 함은 당신과 가까워 지고 싶은 욕심에서다 겨울 숲 나무들이 손가락을 오그리고 서 있는 강변을 태양이 데운다 이글거리는 열기로 눈 부셔라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네 너무나 기분이 좋지만 얼굴을 찌푸리네 당신과 나 둘이서 머리를 합쳐 상상에 상상을 거듭해도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그런 아득하게 먼 곳을 금방 다녀와서 쓸어질 듯 서로들 어깨를 비비는 나무들을 봐라 혼자서는 견디지 못하는 겨울 살결을 만져 봐라 맑은 새소리인 듯 나뭇가지 헛헛하게 흔들리는 모습인 듯 나는 당신의 말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겠다 재잘대는 당신 목소리는 내가 짐짓 좋아하는 겨울노래일 뿐 잘게 부수어진 태양 쪼가리 수 억만개가 널따란 강물 한군데에 몰려서 부글거린다 드디어 강물이 끓어 오른다..

발표된 詩 2024.01.30

수묵화 3 / 김종란

수묵화 3 김종란 서늘한 이국(異國)의 말로 레슬링을 해 숲에서는 문이 열릴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근육과 핏줄이 엉기어 있지만 숲에서는 살아 있으리라 눈 폭풍 속을 달려 겨울 숲 눈을 가리고 달리고 있어 언제 누가 내가 네가 이국의 말로 레슬링을 하고 있어 있는 말 없는 말/ 눈보라 말하면서 도망가고 있어 겨울숲에는 눈보라가 치고 있어 먼 겨울숲은 눈보라에 잠겨 있어 © 김종란 2014.01.08

겨울 소나타 / 김정기

겨울 소나타 김정기 이름 모르는 나무들이 다리를 절며 도시에 모여 든다 어둠은 때때로 살을 저미고 홀로 부르는 노래되어 처음 보는 겨울 숲을 건넌다 오장육부를 쥐어짜는 파두(fado)*를 들으며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닦던 당신 식탁에 물이 끓는다 모두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일 때 그래도 당신은 나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섬광 같은 일별(一瞥)이지만 갑자기 겨울은 환해졌다 겨울 나그네는 모닥불을 지피고 빛나는 것 들이 몰려오기 시작하고 감당할 수 없는 계절이 노래가 된다 고요하게 덮이는 겨울 소나타에 목을 추기며 겨울을 맞는다. *폴투갈의 전통 유행가 © 김정기 2011.01.11